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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여행에 관한 소고.


 어디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다는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아무리 정적(靜的)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끔씩 집을 떠나 기억속 익숙했던 곳이나 전혀 낯선 곳 혹은 대자연을 찾았을때 느끼는 가슴속 상쾌함을 마다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때 나에게는 여행에 관한 지독한 편견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예전엔 쉽지 않았던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학업이나 업무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여행의 목적으로 해외를 다녀오게 되었다. 신혼여행, 효도여행, 명절연휴여행등은 물론이고 어린 학생들의 수학여행까지도 외국으로 다녀오는 것은 이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렇다. 나는 한 때 이 해외여행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가운전을 하든 버스나 기차를 타고 하든 내가 다니며 보고 느낀 우리나라 강산에 대한 소회는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는것은 물론이요,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했다. 특히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가본 산을 오르는 희열뿐만 아니라 가본 산을 다시 오르는 느낌의 매력을 잘 안다. 어쩌면 그런 진한감회들로 인해 반대급부적인 편견이었을 수도 있겠다 짐작된다.


지리산 종주도 안해본 사람이, 한라산 덕유산 오대산을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이 알프스산에 가서 케이블카 타고 사진찍으며 산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이해 할 수 없었다. 지금 돌아봐도 그때는 너무나 확고한 생각이었다. 물론 나는 그때도 지금도 국제선 비행기나 여객선을 타본 적이 없다.

이러한 나의 관점이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또 그것을 가차없이 깨뜨려준 사람이 있었다. 그녀석은 나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같은 과 후배였으니 친해질 수 밖에 없었고 더구나 내가 제대하고 복학 한 후에 알게 되었으니 속 깊은 얘기를 많이 한 사이였다.
그녀석은 밥먹는 자리나 술자리나 틈만 나면 인도를 비롯한 티벳, 네팔등지에서 3년간 생활한 이야기를 나에게 밀도있게 들려주었다.

아무 생각없이 배낭여행으로 인도에 가게된것이 계기가 되어 집안 사정으로 잠시 귀국했다가 6개월동안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한 비행기 티켓으로 다시 인도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체험 생활을 하게되었다고 했다. 1년 넘게 그곳 빈민 걸인들과 24시간 함께 의식주를 해결하고 구걸생활을 하며 절대적 가치에 대한 벽을 깨는 힘든 노력과 행복한 삶에 대한 관점의 전환, 그리고 자신을 버리는 방법 터득등 생생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인도에서 배낭여행중이었던 일본인 대학생과 함께 티벳으로 건너가 1년 가까이 그곳에 머물면서 승려들과 함께 참선하며 몸짓 언어와 약간의 영어로 영적인 대화를 꾸준히 시도했던 이야기도 나에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 후배도 다시보게 되었고 나 자신의 삶도 간접적으로 돌아보게 되었고. 물론 외국에 나가서 보고 배우는 것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세상만물이 천차만별이고 세상사람들이 모두 달라 개성이 있듯이 세상 그 어떤 곳도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것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것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을뿐. 아직도 내 신념 속에는 대한민국에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가득 차있다. 어서 빨리 백두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굳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독일이다. 뭐가 그리 잘 난 민족인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이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