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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하늘에서 눈이 와~~요.

 눈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
역시나
눈이 온다.
또 온다.
자꾸 온다.
너무 많이 온다.

어두컴컴하고 시계도 멀지 않다.



방앗간에서 찹쌀 빻을때 쏟아지는 모습같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어릴적에 성탄카드 직접 그려서 만들때 눈오는 풍경 묘사하던 방법이 떠오른다. 못쓰게된 칫솔에 흰색 물감을 적당히 묻힌다음 진한색 바탕위에 튀게하여 자연스럽게 눈오는 느낌을 주게 했던 그런 느낌의 장면같다.



 오후에 밖에 나갈 계획이 있었는데, 망설임 없이 취소했다. 따끈한 대추차 마시며 방콕하다가 함박눈 쏟아지는 창밖을 보니 살짝 감성에 젖기도 하고......(실상은 당장 내일 아침 영하12도 빙판길 걱정이 우선이지만)

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눈(雪)이란, 군대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체이다.
나는 한 겨울 1월 초군번이다. 1월5일에 입대하여 8일에 자대 배치를 받고 사단 신병교육대(신교대)에 입소했다.
신교대 하루일과는 담당구역 청소로부터 시작된다. 교육대 위병소부터 막사에 이르는 큰 길을 빗자루로 쓴다. 사실 원래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한 길이다. 그러나, 출근하는 교육대장(육군소령)에게 보이기 위해 비포장도로에 싸리 빗자루로 자국을 규칙적으로 내주는거다. 전차도 맞 지나갈 수 있는 그 넓은 도로에 빗자루 자국을 내려면 10여명이 달려들어 30여분 빗질해야 겨우 마칠 수 있다. 정말 재밌는(?)게 군대다. 바깥 사회도 별반 다를게 없지만 아무튼 군대는 그랬다. 이런 여건에서 밤새 눈이 수북히 왔다고 상상해보라. 아침 식사는 뒤로 미룰 수 있어도 눈치우는것은 절대 뒤로 미루지 못한다.
그날도 밤새 눈이 꽤 많이 왔다. 전 병력이 달려들어 한 시간여 사투끝에 깨끗하게 눈치우고 나서 조교들 동기들과 함께 담배 한 모금 들이키며 한 숨 돌리고 있을때, 나무 꼭대기에서 유난히 큰소리로 울어대는 까치 한 마리. 까~악  까~악. 입대하고 3주만에 처음 내귀에 까치소리가 들렸다.(그렇다. 당시 나는 군기 바짝 든 대한민국 육군 훈련병이었으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던데, 누가 면회오려나?(순진한 생각. 훈련병은 일절 면회가 안된다.) 아니면 편지? 동기 후배 녀석들 1주차때 모아서 10여통 글 도장 찍고 통~ 소식이 없었던지라 은근히 기대를 가지고 그날 하루 힘든줄 모르고 열심히 훈련받았다.(나는 가끔 이런 징크스 같은 것들을 대단히 신뢰 할 때가 있기때문에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러나,

편지는 무슨......
다음날 아침에도 그 나무위에서는 까치가 까~악 까~악
그 다음날 아침에도
그 다음날 아침에도......
어떤날에는 떼거지로 몰려와 까~악 까~악

경기도 가평군 현리 일대에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등의 과수농장들이 많아서
예로부터 까치들이 유독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란다.

눈이 살짝 그쳤는데, 빗자루 들고 나가봐야겠다.